야마하 SR500타고 강원도 양양으로 태풍을 뚫고 투어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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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감 그리고 공황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가 나에게는 공존한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내 직업과

더 어울리지 않는 나의 썩다리 오토바이도

함께 공존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병원에서

너 환자다 하고 도장을 쾅하고 찍은 시기는 20대 중반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나는 이것을 병마와 싸운다는 개념보다는

내 인생을 동반하는 친구 즈음으로 여기며 공생하고 있다.

이녀석은 내가 상태가 좋을때면 ‘좋은 친구’로 내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고, 상태가 좋지 않을때면 ‘나쁜 친구’로

날 끊임없이 괴롭히고는 한다.

그래서 시작한것이 오토바이였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트레스의 배출구.

스트레스의 해소 작용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오토바이는

나에게 여러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일이 많아서인지, 기획하고 있는 사업의 규모가

평소와는 다른것인지, 오토바이로도 해소가 안되는 스트레스가

몰려와 나를 짓누를때면 이놈은 역시나 슬금슬금 기어나와

내 목젖 언저리에 칼을 들이댄다.

사실 어디가서 이런 나의 상태를 떠들거나

알리는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로 나는 나의 골방인

내방 구석 언저리에서, 혹은 내가 만든 게러지 쇼파에 누워서

가파라진 호흡이나 안정시키는것이 내가 할 수 있는것의 전부라,

참 외로운 싸움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또 요즘은 이런것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

일로도 엮이지 않고, 가족으로도 엮이지 않고, 오직

오토바이를 통해 앞서 말한 유대가 생긴 사람들이다

“형 저 다시 공황이 심해졌어요”

“과호흡이 시작되었어요”

그냥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제일 큰형은 위로차

양양으로 한번 신나게 놀다오자며 휴가를 기획했고

흘러가는 말인줄 알았는데 정신차려보니 모두들 휴가쓰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나와, 나의 공황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해하려 자신들의 방식으로

항상 손을 내밀어준다.

호우 주의보와 폭염주의보가 동시에 뜬 8월 첫째주

강원도 양양으로 우리는 우비를 입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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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맏형의 가게인 안산의 전기구이 통닭집

찌릿찌릿에 모여 출발 준비.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별걱정없이 출발하였는데,

출발한지 5분만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비한테 두들겨 맞았다.

수인로를 타고, 수원을 지나 광주를 지나가려 하니 다시 해가 뜬다.

젖은 몸을 바짝 말리며 계속 스로틀을 감아 어느덧 양만장까지 도착한다.

양만장은 호우주의보라 그런지 오토바이가 단 한대도 없다.

이런경우는 처음이다 우리 다섯대가 나란히 서 전세를 냈다.

양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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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디 맑은 양만장의 하늘을 보며

“어? 형 비 안올거 같은데요 이제?”

“그러게 우리가 비구름이랑 반대로 왔나봐”

이런소리를 하며 우비를 각자 배낭에 넣고

젖은 옷을 넣고, 새옷을 꺼내입고 다시 출발

출발 5분 만에 비를 또 오지게 맞았다.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

https://naver.me/FuVENXH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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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려 양지말 화로구이집에서 잠깐의 휴식

고기를 먹고 다시 출발한다

비가 오면 나의 bmw r90s는 오픈필터로 바꿨기에 달릴수가 없어

야마하 sr500을 꺼내 타고왔는데 나름 전천후로 밀고 있는

바이크고, 또 그만큼 상태가 가장좋기에 에쌀을 탔지만,

역시 단기통 불빠따 진동왕은 250키로를 달리기에는

많이 빡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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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고개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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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SR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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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휴게소를 지나 미시령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렸다가

경치한번 보고 입도바이 한번 타고

얼얼한 손목한번 풀어주고,

다음부터 장거리는 콘치 빼고 달릴거야라는 헛된

다짐 한번 해주고, 다시 시동을 건다

미시령만 넘으면 속초 양양은 금방이니

얼른 도착해서 바다로 향할 준비를 한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켜서 네이버 날씨를 보니

이번에는 풍랑 주의보이다.

그러나 내일은 바다에 갈 시간도 없고

계획도 없기에 그냥 강행을 결정

비를 뚫고 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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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걸 또 도착하니 해가 쨍하다

쨍한 해와 높은 파도

몇년만인지 이렇게 애처럼 노는게

괜히 기분이 좋아져 까불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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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사서 복귀하기로 결정

복귀길에 같은 터널비전의 마시용달 마시형님을 길에서 마주쳤다

사나이들의 사진을 한방 남기고 다시 출발.

비는 왔다 안왔다 계속 반복이다

이번 투어는 젖고 말리고 다시 젖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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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비때문에 묵혀둔 카메라를 꺼내

형들과 간단히 한잔하며 노가리 까고 일정이 고되었는지

너나할것 없이 모두 취해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복귀 다시 미시령을 넘어 경기도 안산까지 가야한다

왕복 500키로 힘내 에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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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00의 포스팅은 이거 참고바람

sr500 [sr500 단기통 전설의 불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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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각자의 일상들을 위해 해산하며 복귀하고

나도 수원으로 잠시 빠져 일을 본뒤

안산으로 복귀 늘 그렇듯 사고 없이

(에쌀은 시동문제로 속을 좀 썩였지만)

무복했다.

서브컬쳐.

그중에서도 모토사이클

또 그중에서도 클래식바이크

내가 좋아하는것을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형이되고, 동생이되고

그렇게 된다.

그중에서도 개 썩다리를 오토바이랍시고

고쳐가며 타는 사람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마주만쳐도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고 괜히 인사라도 한번 건내고 싶다

나에게도 공동체라는 것이 생겨간다.

축하해야할 일이 있다면 나의 일 처럼 축하해 주고

힘든일이 있다면 작은것이라도 나눠 지려하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는 참 오글거리고

민망한 일들인데 어느덧 나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그런것들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이런나를 되돌아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정도로

어색하지만 새로운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다녀온 사진들을

정리하며 또 웃는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피한방울 안섞였지만,

각자 다르지만 비슷한 향이 나기시작하는 사람들이

같은 것을 공유하며 또 자신의 것을 찾아가며

함께 달린다.

신기하게도 웃는날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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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어요